달러는 오랜 시간 동안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미국 달러는 금과 연동된 기축통화로 지정되었고, 이후 닉슨 쇼크를 거치며 금태환은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은 달러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달러의 패권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그리고 위안화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본 글에서는 달러와 위안화를 중심으로 통화신뢰, 국제결제, 외환보유 측면에서 비교 분석해본다.
통화신뢰: 달러의 전통 vs 위안화의 도전
통화에 대한 신뢰는 단순한 경제 수치뿐만 아니라 역사적 기반, 정치적 안정성, 금융시장 투명성 등 복합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달러는 지난 수십 년간 전쟁, 금융위기, 정치적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해왔다. 미국은 GDP 세계 1위 국가로서 강력한 소비시장과 기술력, 안정된 법률 시스템을 기반으로 통화 신뢰를 쌓아왔으며,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59%가 여전히 달러화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 영향력은 여전하다.반면, 위안화는 상대적으로 국제적 신뢰가 낮은 통화였다. 하지만 2016년 IMF SDR 바스켓에 포함되며 본격적으로 국제 통화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중국 정부의 환율 안정 노력, 무역 규모 확대, 디지털 위안화 테스트 등을 통해 위안화의 국제적 신뢰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국 통화의 국제화를 위해 외환시장 개방, 금융 규제 완화, 해외 투자 허용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통화 신뢰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투명한 정부 정책과 정치적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미국 달러는 수십 년간 위기를 겪으며 이미 검증된 통화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달러 중심의 자산을 선호한다. 반면, 위안화는 가능성과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은 발전 중인 통화로 평가된다.
국제결제: 달러의 지배적 위치와 위안화의 성장
국제결제 시장은 특정 통화가 얼마나 많이 실제 거래에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국제결제의 약 40%가 달러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유로화(약 23%)와 비교해도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달러는 원자재, 특히 석유 거래의 기본 통화로 사용되며, 이를 '페트로달러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미국이 중동과 맺은 전략적 협정을 통해 석유는 오랫동안 달러로만 결제되어 왔고, 이는 달러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위안화는 최근 몇 년 사이 국제결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이 많은 국가에서는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는 추세다. 브릭스(BRICS) 국가를 중심으로 한 '탈달러화' 흐름 속에서 위안화는 대안 통화로 부상하고 있으며, 중국은 일대일로(BRI) 정책을 통해 위안화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약 3% 수준으로 SWIFT 통계상 세계 5위에 해당되며, 이는 과거에 비해 상당한 성장세를 보여준다.또한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국제결제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는 위안화 사용 확대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위안화 결제를 꺼리는 국가들도 여전히 많다. 정치 리스크, 환율 정책 불확실성, 자본 통제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달러만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따라서 국제결제 부문에서 달러는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위안화는 꾸준히 그 격차를 줄이며 미래의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다.
외환보유: 중앙은행이 선택한 통화
외환보유고는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이며, 이는 해당 통화의 국제적 신뢰와 사용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2024년 현재 IMF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고 중 약 59%는 달러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과거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이긴 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이다. 유로화는 약 20%,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가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위안화는 약 3%대에 머물고 있다.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중앙은행들과의 통화 스왑 계약을 활발히 체결하고 있으며, 일부 개발도상국은 위안화를 외환보유고의 일부로 채택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아르헨티나, 이란 등 서방 제재를 받는 국가들은 달러 대신 위안화 비중을 늘리고 있다.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약 3조 달러 이상의 외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자국 통화 안정뿐 아니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위안화 자체는 외환보유의 주된 대상이 되기에는 아직 글로벌 수요가 제한적이며, 외환 유동성, 환전 편의성 등에서도 달러에 비해 열위에 있다.외환보유고 측면에서도 달러는 단순한 통화를 넘어, 중앙은행들이 신뢰하고 보유하려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그 우위는 여전히 확고하다. 위안화가 일정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는 주로 지정학적 전략에 따른 결과이며, 전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 선택에서 위안화가 달러를 넘어서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결론적으로 달러는 통화신뢰, 국제결제, 외환보유 측면 모두에서 아직까지 절대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위안화는 그 대안으로서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려면 정치적 안정성, 금융시장 개방성, 국제적 신뢰 구축 등 더 많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달러패권이 쉽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위안화와 같은 신흥 통화들의 약진이 세계 통화질서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